티스토리 뷰
목차
양반 규수의 첫날밤 출처: 어우야담 (於于野譚)
태그 (20개)
#조선시대, #야담, #첫날밤, #신혼부부, #양반규수, #코미디, #19금, #성인야담, #오디오드라마, #옛날이야기, #전설따라삼천리, #역사이야기, #사랑과전쟁, #로맨틱코미디, #시니어, #썸, #밀당, #부부생활, #연애, #결혼
후킹멘트 (200자)
평생 책만 읽던 어리숙한 양반 규수의 좌충우돌 첫날밤! 깐깐한 유모에게서 전수받은 비법으로 신랑의 기를 꺾으려다, 오히려 제 무덤을 파고 마는데... 과연 그녀는 무사히(?) 첫날밤을 치를 수 있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글로만 세상을 배운 숙맥 규수 연희. 혼례 첫날밤, 평생을 좌우할 부부관계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유모에게서 전수받은 '신랑 길들이기 비법'을 시전한다. 하지만 상대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신랑 김선비! 두 어리숙한 신혼부부의 오해와 삽질이 난무하는, 웃음과 설렘 가득한 첫날밤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엄격한 규수, 혼례 전날 밤의 비밀 과외
조선 땅 한양의 명문가에, 이연희라는 이름의 처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용모가 단정하고 총명하여, 웬만한 사내들보다 글 읽기와 글쓰기를 더 즐기는, 그야말로 '책벌레' 규수였지요.
그녀가 읽은 책은 사서삼경을 넘어, 온갖 역사서와 시집, 심지어는 몰래 들여온 연애소설까지 섭렵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녀는 글로만 세상을 배웠을 뿐, 실제 사내의 그림자조차 제대로 밟아본 적 없는 숙맥 중의 숙맥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마침내 혼기를 꽉 채워, 인품 좋기로 소문난 가문의 김선비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혼례를 하루 앞둔 날 밤, 연희의 방에 그녀를 업어 키운 늙은 유모가 조심스럽게 들어왔습니다.
유모는 방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연희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아가씨, 이제 곧 시집을 가시면 한 사내의 지어미가 되실 터, 오늘 밤 이 늙은 유모가 아가씨의 평생을 좌우할 중요한 비기(祕技)를 하나 일러드리고자 합니다."
연희가 동그란 눈으로 유모를 바라보자, 유모는 목소리를 더욱 낮추고 속삭였습니다.
"사내란, 특히나 첫날밤에 기선을 제압해야만 평생을 아내 무서운 줄 알고 공경하며 사는 법이랍니다. 만약 첫날밤에 어수룩하게 신랑의 뜻대로 모든 것을 내어주면, 아내는 평생을 남편 아래에서 억압받고 살게 되는 것이지요."
연희는 책에서 배운 현모양처의 도리와는 전혀 다른 유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평생을 자신을 위해 헌신한 유모의 말이니 분명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유모는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듯, 침을 꿀꺽 삼키고 '신랑 길들이기 3대 비법'을 전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절대 먼저 말을 걸거나 웃음을 보여서는 아니 됩니다. 신랑이 세 번의 술잔을 권하며 애가 탈 때까지, 묵언수행하는 돌부처처럼 앉아 계셔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침묵의 기선제압'입니다."
"둘째, 신랑이 마침내 인내심을 잃고 아가씨의 옷고름을 풀려 하거든, 재빨리 손거울을 꺼내 신랑의 얼굴을 비추십시오. 이는 '사내의 뜨거운 욕정을 반사시켜 그 기운을 꺾는' 비법입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사내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마침내 합방을 해야 할 피치 못할 순간이 오거든, 절대 순순히 응해서는 아니 됩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열녀의 도리'를 담은 시 한 수를 낭랑하게 읊어, 방안의 음탕한 기운을 정화하고, 아내의 높은 기개를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이 세 가지만 지키시면, 신랑은 평생 아가씨를 하늘처럼 떠받들게 될 것입니다."
이 황당무계한 비법을, 책으로만 세상을 배운 순진한 규수 연희는, 마치 과거시험의 족집게 과외라도 되는 양,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속에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그래, 유모의 말씀이 맞아. 부부관계의 주도권은 첫날밤에 결정되는 것이야. 반드시 이 비법을 성공시켜, 현명하고도 기품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그녀는 그렇게, 다가올 첫날밤의 험난한(?) 여정을 당차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어색한 첫 만남, 동상이몽의 하룻밤
마침내 혼례식이 끝나고, 연희는 신랑 김선비와 함께 두 사람의 첫날밤을 보낼 신방에 들어섰습니다.
화려한 원앙금침과 은은한 촛불, 그리고 방안을 가득 채운 야릇한 향냄새는, 숫처녀 연희의 마음을 한없이 두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앞에 앉은 신랑 김선비는, 소문대로 참으로 반듯하고 훈훈한 인상이었습니다.
그 역시 연희처럼 이번이 처음인 총각이었기에, 아름다운 신부를 눈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소문대로 미인이시구나. 부디 내가 너무 서툴러서, 부인께서 나를 경박한 사내라 여기시면 어쩌지. 최대한 예를 갖추고, 부드럽게 대해야겠다.'
김선비는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깼습니다.
"부인, 오늘 하루 고단하셨지요?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터인데…"
하지만 연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유모가 일러준 첫 번째 비법, '침묵의 기선제압'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그저 돌부처처럼 굳은 표정으로 앉아, 눈앞의 촛불만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김선비는 자신의 말이 무시당한 것 같아 잠시 멋쩍었지만, '오죽 긴장되시면 저러실까' 하고 너그럽게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다시 용기를 내어, 곁에 놓인 주안상에서 술잔을 들어 그녀에게 권했습니다.
"자, 부인. 우리가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이 합환주(合歡酒)는 받으셔야지요. 이 술 한 잔으로 그동안의 피로를 푸시지요."
하지만 연희는 여전히 묵묵부답.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선비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 가문에 무슨 척이라도 진 것이 있나?'
온갖 불안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는 애가 타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술잔을 권했습니다.
"부인, 제발… 이 술 한 잔만이라도…"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술잔을 권했을 때였습니다.
연희는 기다렸다는 듯, 비로소 고개를 들어 김선비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짧고 간결하게, 하지만 위엄 있게 말했습니다.
"…받으리다." 그 한마디에, 김선비는 마치 임금에게서 하사품이라도 받은 것처럼 감격했습니다.
그는 기쁜 마음에 서둘러 술을 마시고, 이제 본격적으로 첫날밤의 의식을 치를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연희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옷고름을 풀기 위해 손을 뻗었습니다.
연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좋아, 유모의 말대로 되고 있어. 이제 두 번째 비법을 쓸 차례다!'
그녀는 김선비의 손길이 자신의 옷고름에 닿기 직전, 품속에 몰래 숨겨두었던 작은 손거울을 잽싸게 꺼내 들었습니다.
※ "낭군님, 잠깐! 아직 아니되옵니다!"
김선비의 뜨거운 손길이 연희의 옷고름에 닿으려는 바로 그 찰나.
연희는 비장한 표정으로 품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김선비의 얼굴을 정통으로 비췄습니다.
"낭군님, 잠깐!" 그녀의 외침에, 김선비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습니다.
그는 난생 처음 보는 신부의 기행에 당황하여,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부, 부인…? 갑자기 거울은 어찌하여…"
연희는 유모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최대한 근엄하고도 신비로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거울은 '욕정 반사경'이라 하는 것으로, 낭군의 마음속에 깃든 음탕하고도 불순한 욕망을 비추어, 그 기운을 정화시키는 신물이옵니다.
낭군께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번뇌를 씻어내셔야만 합니다."
'욕정 반사경'이라니. 김선비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해괴한 말에,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욕정이 아니라 당황과 황당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이것이 신부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잠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라 생각하고, 너그럽게 웃어넘기기로 했습니다.
"허허, 부인도 참. 별난 장난을 다 치시는구려. 자, 이제 그만 거울을 내리시고…"
김선비는 다시 한번 그녀의 옷고름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연희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니되옵니다! 아직 낭군의 눈빛에는 세속의 욕정이 가득하시니, 정화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녀는 김선비가 포기할 때까지, 끈질기게 그의 얼굴에 거울을 비췄습니다.
결국 김선비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어색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의 어색한 침묵. 방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와 타들어가는 촛불 소리만이 가득했습니다.
잠시 후,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 판단한 김선비는, 다시 한번 용기를 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이전보다 더욱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번에는 거울을 꺼내 들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는 마음을 연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가 마침내 그녀의 옷고름을 풀고,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자신의 뜨거운 입술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연희가 다시 한번 그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낭군님, 잠깐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부인! 이번에는 또 무엇이오!"
김선비의 목소리에는 이제 애원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연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 한가운데로 걸어 나가더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이제부터 이 방안의 음탕한 기운을 몰아내고, 부부간의 성스러운 도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열녀의 맹세'를 읊겠나이다!"
그러더니 그녀는, 정말로 웬만한 학동보다도 더 낭랑하고 힘찬 목소리로, '부녀자 수칙'에나 나올 법한 딱딱하고 교과서적인 시를 읊기 시작했습니다.
"지아비 섬기기를 하늘과 같이 하고, 시부모 공양하기를 내 부모와 같이 하며…"
김선비는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서, 옷이 반쯤 벗겨진 해괴한 모습으로 아내의 시 낭송을 감상해야만 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뜨거운 욕망의 불길은, 연희가 읊는 시 구절 하나하나에 차가운 물벼락을 맞은 듯, 힘없이 사그라들고 있었습니다.
촛농이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깊은 밤.
한 여인의 기이한 첫날밤 의식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 오해와 진실, 드디어 밝혀진 비밀 과외
길고도 길었던 연희의 '열녀의 맹세' 시 낭송이 마침내 끝이 났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구절을 읊고는, 마치 큰일을 해낸 장수처럼 뿌듯한 표정으로 숨을 골랐습니다.
이제 유모가 말한 3대 비법을 모두 완수했으니, 신랑이 자신의 기품에 완전히 압도되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지요.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김선비를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김선비의 모습은, 감탄이나 존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반쯤 벗겨진 옷을 어색하게 여민 채, 이 세상의 모든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넋 나간 표정으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대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대체… 대체 이 부인이라는 사람은 정체가 무엇인가. 나를 지아비로 맞이한 것이 아니라, 무슨 원수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우리 가문의 무슨 끔찍한 비밀이라도 알고 있어, 이런 식으로 나를 벌주고 있는 것인가?'
그의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약간의 공포심마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평생 한 번뿐인 첫날밤에 원앙금침 위에서 사랑을 속삭인다는데, 자신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입니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해괴망측한 상황을 어떻게든 끝내야만 했습니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부인."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연희는 그가 드디어 자신의 기품에 굴복한 것이라 생각하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낭군님."
"부인, 제가… 제가 부인께 혹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소?"
"…네?"
"아니, 그렇잖소. 우리가 혼례를 올리기 전에, 혹 우리 가문이 부인의 가문에 무슨 척이라도 진 일이 있단 말이오?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부인의 마음에 차지 않아, 이런 식으로 나를 밀어내고 벌을 주고 있는 것이오? 부디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달게 받을 것이고, 내가 지은 죄가 있다면 평생을 두고 갚을 것이니. 허나, 이런 식으로는… 이런 식으로는 단 하룻밤도 함께 지낼 수 없을 것 같소."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체념과 함께 깊은 슬픔마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진심 어린 호소에, 연희의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그녀는 그제야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신랑 길들이기' 비법은, 신랑의 기를 꺾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황한 그녀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책에서 배운 성현의 말씀보다, 늙은 유모의 검증되지 않은 비법을 맹신했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김선비는 눈물을 흘리는 연희의 모습에 더욱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부, 부인? 어찌 또 우시는 것이오. 내가 너무 윽박지른 것이오? 미안하오, 내가… 내가 다 잘못했소."
그의 다정한 위로에, 연희의 눈물샘은 완전히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며, 마침내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흐흑… 낭군님… 사실은… 사실은 그게 아니오라… 흑…"
그녀는 울먹이며, 혼례 전날 밤 유모가 찾아왔던 일부터 시작하여, '신랑 길들이기 3대 비법'에 대한 모든 것을 남김없이 고백했습니다.
'침묵의 기선제압'의 오묘한 원리,
'욕정 반사경'의 심오한 효능, 그리고
'열녀의 맹세'가 가진 주도권 장악의 중요성까지.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런 해괴한 행동들을 했는지, 눈물 콧물까지 쏟아내며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녀의 기상천외한 고백을 듣는 동안, 김선비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하는 황당함,
다음에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믿었단 말인가' 하는 놀라움,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얼마나 순진하고 귀여운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던 분노와 오해는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내의 순진무구함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사랑스러움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웃음보가 터지다, 진짜 첫날밤
연희의 눈물 섞인 장황한 고백이 모두 끝났을 때, 방안에는 다시 한번 어색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연희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이 혼인은 파탄이 났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남편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선비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어깨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연희는 그가 분노를 참지 못해 몸을 떠는 것이라 생각하고, 더욱더 몸을 웅크렸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푸흐흐… 흐흐흐…"
김선비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웃음소리는 점점 더 커지더니, 이내 온 방안이 떠나가라 "푸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하는 통쾌한 폭소로 변했습니다.
그는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눈물까지 찔끔 흘리면서 웃고 또 웃었습니다.
그의 웃음소리에 연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 생각한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서러움에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흐흑… 낭군님… 어찌 저를 보고 웃으시는 겁니까… 제가 그리도 우습고 한심하단 말씀이십니까…"
김선비는 웃음을 멈추려 애쓰며, 아내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드럽게 끌어안았습니다.
"아니오, 부인. 오해하지 마시오. 내가 어찌 부인을 비웃겠소. 나는… 나는 지금 부인이 너무나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어 이러는 것이오. 하하하!"
그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욕정 반사경이라니! 열녀의 맹세라니! 세상에, 우리 부인이 이토록 순진하고 귀여운 사람인 줄 미처 몰랐구려. 나는 부인이 나를 미워하는 줄만 알고, 밤새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아시오?"
그제야 연희는 남편이 자신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귀엽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서렸던 서러움과 민망함은, 어느새 안도의 미소로 바뀌어 갔습니다.
김선비는 그런 그녀의 눈물을 손수 닦아주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나 또한 오늘 밤이 처음이라, 부인 앞에서 실수라도 할까 봐, 부인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봐, 밤새 뜬눈으로 지새울 판이었소. 그런데 부인이 나보다 더한 숙맥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소. 허허허."
두 사람은 서로의 어수룩하고 순진한 모습을 확인하고는, 마침내 함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하하하!" "호호호호!"
그들의 맑은 웃음소리는, 그동안 두 사람을 짓누르던 어색함과 긴장감의 벽을 단번에 허물어 버렸습니다.
웃음 끝에,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그들의 눈빛 속에는 더 이상 오해나 경계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서로를 향한 따뜻한 애정과, 갓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만이 가득했습니다.
김선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도 장난기 넘치는 눈빛으로 속삭였습니다.
"자, 부인. 이제 유모님의 비법은 모두 잊으시고, 나와 함께 진짜 부부의 연을 맺어보는 것이 어떻겠소? 이번에는… 거울도, 시 낭송도 없는 것이오."
연희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김선비는 그런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습니다.
이전의 어색하고 서툴렀던 시도와는 차원이 다른,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입맞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습니다.
마침내 모든 오해의 옷을 벗어던진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은, 비로소 진정한 하나가 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촛불이 부끄러운 듯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스러지는 깊은 밤.
두 어리숙한 신혼부부의 진짜 첫날밤은, 그렇게 웃음과 함께, 그리고 사랑과 함께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잉꼬부부의 탄생, 야릇한 첫날밤의 추억
좌충우돌과 오해로 가득했던 첫날밤이 지나고, 김선비와 연희 부부는 한양성 최고의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첫날밤의 해프닝은,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그 누구보다도 단단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솔직했고,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서로의 어설픈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여겨주었습니다.
김선비는 더 이상 아내 앞에서 근엄한 지아비인 척하지 않았고, 연희 역시 남편 앞에서 순종적인 아내인 척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가장 친한 벗이자, 가장 뜨거운 연인이 되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두 사람 사이에는 옥동자와 옥같이 예쁜 딸이 태어났고, 집안에는 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부부의 정다운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은밀한 추억이자, 유쾌한 놀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달이 유난히 밝은 밤, 두 사람이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김선비는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아내에게 묻곤 했습니다.
"부인, 오늘 내 얼굴을 보아하니, 욕정이 가득한 것 같소. 부인의 그 신비로운 '욕정 반사경'으로 나의 이 불순한 기운을 좀 정화시켜 주어야 하겠소."
그러면 연희는 남편의 장난을 모른 척,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어머, 낭군님. 그 귀한 거울은 첫날밤에만 쓰는 비기라, 지금은 아니 되옵니다. 대신, 제가 오늘 밤 '열녀의 맹세' 대신, '사랑의 밀어'를 낭랑하게 읊어드리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내 어린아이처럼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몇 년 전 그날처럼 뜨겁고도 유쾌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에게 첫날밤은 더 이상 어색하고 부끄러운 기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두 사람이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임을 확인했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도 야릇한 추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김선비 부부가 어찌하여 저리도 금실이 좋은지를 궁금해했지만, 그 비밀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연희의 늙은 유모가 전수해 준 그 황당무계한 비법이, 역설적으로 두 사람을 최고의 궁합으로 만들어준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글로만 세상을 배운 어리숙한 규수와, 그런 그녀를 너그러이 품어준 속 깊은 선비의 만남.
그들의 유쾌한 첫날밤 이야기는, 진정한 부부의 연이란 서로의 가장 어설프고 부끄러운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감싸 안아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양반 규수의 첫날밤'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서툰 두 남녀의 오해가 웃음으로, 그리고 마침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어쩌면 완벽한 지식보다, 서로의 어설픔을 함께 웃어넘길 수 있는 유머와 너그러움이야말로 행복한 관계의 진짜 비법이 아닐까요? 시청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로맨스, "진부한 훈장선생과 어여쁜 여제자의 로맨스"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다음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