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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이 폐비 윤씨와의 파괴적 사랑으로 온 궁궐이 혼란에 빠진 사건 (출처: 『성종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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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조선 최고의 성군이라 불린 왕, 성종. 그러나 그의 침실에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파괴적인 사랑이 타오르고 있었다. 한 여인의 지독한 질투와 왕의 번뇌가 뒤섞여, 궁궐을 피로 물들인 그 밤의 기록.
디스크립션 (300자)
『성종실록』에 기록된, 성종과 폐비 윤씨의 뜨겁고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가난한 궁녀에서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중전이 된 윤씨. 하지만 왕의 사랑을 독점하려는 그녀의 지독한 질투는,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한 나라의 군주와 국모의 관계가 어떻게 파괴적인 사랑으로 변해갔는지, 그 치명적인 역사를 들여다본다.
※ 왕의 여자가 된 궁녀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의 시대는 고요하고 단정했다. 젊은 왕은 학문을 숭상하여, 그의 주변에는 묵향과 서책 넘기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의 어머니이자 당대 최고의 여장부였던 인수대비의 서슬 퍼런 가르침 아래, 그는 군주로서의 위엄과 절제를 배우며 성장했다. 경복궁은 거대한 규율과 예법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잘 짜인 기계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완벽한 기계의 틈새로, 운명의 불꽃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 불꽃의 이름은 윤소화. 가난한 양반가 출신으로 후궁 간택을 통해 입궐한, 수많은 궁녀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다른 궁녀들이 왕의 그림자만 보아도 고개를 조아리고 순종만을 미덕으로 삼을 때, 그녀의 눈빛은 꺾이지 않는 생명력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경연을 마치고 침소로 향하던 성종은, 후원의 작은 정자에서 흘러나오는 독서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낭랑하면서도 어딘가 애달픈 목소리로 시를 읊는 이는, 바로 소화였다. 달빛 아래 책을 읽는 그녀의 모습은, 궁궐의 어떤 화려한 장식보다도 더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시와 학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성종은 그녀의 빼어난 미모보다도, 자신의 학문적 깊이에 능히 응수하는 총명함과 당돌함에 더욱 매료되었다. 그는 늘 자신을 어려운 군주로만 대하는 이들 속에서, 처음으로 ‘사내’로서의 흥미를 느꼈다. 그날 이후, 성종은 밤마다 몰래 소화를 자신의 서재로 불렀다. 처음에는 학문과 시사를 논하는 지적인 동반자였다. 하지만 좁은 서재 안에서, 젊은 왕과 아름다운 궁녀의 숨결이 섞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서서히 뜨거워져 갔다. 이성으로 억눌러왔던 젊은 왕의 욕망이, 그녀의 총명한 눈빛과 향기로운 체취 앞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어느 날 밤, 성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화야."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는 그녀를 이끌어 자신의 침전으로 향했다. 그곳은 더 이상 학문을 논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왕과 여인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펼쳐질 무대였다. 그는 떨고 있는 그녀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늘 단정하던 용포의 옷고름이 풀어지고, 그의 뜨거운 몸이 그녀에게 닿았다. 소화는 두려웠지만, 동시에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이것이 이 지긋지긋한 궁궐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동아줄임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왕의 입맞춤에 열정적으로 화답했다. 두 사람의 몸이 뜨겁게 얽혔다. 성종은 그동안 예법과 체통이라는 이름 아래 억눌러왔던 모든 욕망을 그녀에게 쏟아냈다.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살결은, 그 어떤 서책의 글귀보다도 더 자극적이고 황홀했다. 그는 그녀의 안에서, 군주가 아닌 한 명의 사내가 되는 완전한 해방감을 느꼈다. 소화 역시 이 밤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녀는 그저 왕의 욕망을 받아내는 것을 넘어, 그를 자신의 포로로 만들 작정이었다. 그녀의 신음은 계산된 교태였고, 그의 몸을 휘감는 팔은 부드러운 족쇄였다. 그날 밤, 왕의 침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격정적이고도 위험한 열기로 가득 찼다. 성종은 확신했다. 자신은 이 여인에게서 결코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이 사랑이 자신과 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젊은 왕은 그렇게 파괴적인 사랑의 첫 페이지를, 자신의 몸으로 직접 열어젖히고 있었다.
※ 그리고 질투의 시작
성종의 불같은 총애는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윤소화가 그토록 고대하던 원자, 즉 다음 보위를 이을 아들을 생산한 것이다. 아들의 탄생은 그녀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인수대비를 비롯한 왕실 어른들은 더 이상 그녀를 미천한 후궁으로 취급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침내 모든 궁인들의 축복과 시기 속에서, 조선의 국모인 중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중전 윤씨. 이제 그녀의 이름 앞에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었다. 그녀는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여인이 된 것이다. 중전이 된 그녀는 위세가 당당했다. 그녀는 자신의 총명함을 십분 발휘하여, 복잡한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잡았고, 왕의 곁에서 국정에도 깊이 관여하며 정치적 동반자로서의 역할까지 해냈다. 성종은 그런 그녀를 더욱 깊이 사랑하고 의지했다. 낮에는 가장 현명한 정치적 파트너로, 밤에는 가장 뜨거운 연인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그야말로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완벽하게 채워진 그릇은, 아주 작은 균열만으로도 모든 것을 쏟아버리는 법이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왕의 사랑이 식으면 어찌하나’하는 불안감이, 검은 곰팡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난한 양반가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그녀가 중전이 된 이후에도 평생 그녀를 따라다니는 족쇄였다.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무기가 왕의 사랑뿐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사랑은 점차 집착으로, 그리고 그 집착은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지독한 질투로 변질되어 갔다. 그 변화는 왕과의 밤자리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그녀는 더 이상 왕의 사랑을 수줍게 받아들이는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매일 밤, 왕의 사랑을 확인하고 독점하려는 암컷이었다. 그녀는 성종의 몸에 다른 여인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으로 밤을 시작했다. 그의 입술에서는 다른 여인의 연지 향이 나지 않는지, 그의 몸에서는 다른 여인의 체취가 묻어있지 않은지, 그녀의 코와 혀는 집요하게 그의 온몸을 탐색했다. “전하, 오늘 낮에 정 숙의와 오래도록 정자에 계셨다지요? 무슨 밀담을 나누셨나이까.”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교태를 부리면서도, 그를 심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애무는 사랑의 행위이자, 그의 진심을 캐내려는 고문과도 같았다. 그녀는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왕의 몸을 탐했다. 그녀는 그의 몸 구석구석에 자신의 흔적을 새기려 했다. 그녀의 손톱은 그의 등 위를 긁어 붉은 자국을 남겼고, 그녀의 입술은 그의 목덜미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새겼다. 이것은 다른 후궁들을 향한, ‘이 남자는 나의 것이다’라는 무언의 경고이자 소유의 표식이었다. 성종은 처음에는 그런 그녀의 집착마저 사랑스럽게 여겼다. 자신을 이토록 원하고 갈망하는 여인이 있다는 사실에, 사내로서의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녀의 집착은 도를 넘었고,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는 왕이었다. 왕은 한 여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었다. 그에게는 수많은 후궁들을 품어야 할 의무가 있었고, 정치적 안배를 위해 새로운 후궁을 들여야 할 때도 있었다. 그가 그런 의무를 행하고 돌아온 날 밤이면, 중전 윤씨는 어김없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그를 맞았다. 그리고는 다시 그의 몸을 탐하며, 다른 여인의 흔적을 지워내려는 듯한 격렬하고도 슬픈 정사를 벌였다. 한때는 뜨거운 안식처였던 왕의 침실은, 이제 사랑과 의심,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위태로운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 파국을 부르는 사랑
중전 윤씨의 질투는 이제 궁궐의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그녀는 왕과 눈을 마주친 어린 궁녀의 뺨을 때렸고, 왕에게 차를 올린 생각시의 손가락을 불로 지지는 끔찍한 짓까지 저질렀다. 내명부는 그녀의 광기 어린 폭력 아래 공포에 떨었고, 후궁들은 숨을 죽인 채 몸을 사렸다. 이 모든 소문은 성종의 어머니, 인수대비의 귀에도 당연히 들어갔다. 인수대비는 처음에는 세자의 생모인 중전을 감싸주려 했지만, 그녀의 도를 넘는 행동에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인 성종을 불러, "국모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엄하게 꾸짖었다. 어머니의 꾸지람과 아내의 집착 사이에서, 성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는 점점 중전의 침소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사랑이 두려웠다. 그를 옭아매고, 질식시킬 듯한 그 지독한 사랑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위안을 찾아, 성품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엄 숙의와 정 숙의의 처소를 찾는 날이 잦아졌다. 그곳에서는 질투도, 집착도 없었다. 오직 편안한 위로와 순종적인 미소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왕의 이러한 행동은,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았다. 중전 윤씨는 왕의 사랑이 자신을 완전히 떠났다는 배신감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더 이상 왕이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는 직접 왕을 되찾아오기로, 아니, 왕을 빼앗아간 ‘요망한 것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기로 결심했다. 그날 밤, 성종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후궁들이 마련한 작은 연회에 참석한 뒤, 조용히 엄 숙의의 처소에 머물고 있었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중전 윤씨는, 마침내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비녀로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 올리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침전을 뛰쳐나갔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상궁들의 애타는 만류도, 그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성난 암사자처럼 밤의 궁궐을 가로질러, 엄 숙의의 처소로 향했다. 그녀가 처소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을 때, 방 안에서는 성종과 엄 숙의가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광경이, 중전 윤씨의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고 역겨운 불륜의 현장으로 보였다. “전하!” 그녀의 살기 어린 외침에, 방 안의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성종은 그녀의 흉측한 몰골에 경악했다. “중전! 이게 무슨 무례한 행패요!” “무례라 하셨습니까? 지아비를 다른 년에게 빼앗긴 본부인이, 그 현장을 찾아온 것이 무례란 말입니까!”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엄 숙의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이 요망한 것! 네년이 감히 용의 씨를 품은 국모를 제쳐두고, 전하를 홀려!” 그녀가 엄 숙의를 해하려던 순간, 성종이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막아섰다. “그만하시오! 정녕 미쳤소! 국모의 체통을 잊었단 말이오!” 성종의 손길이 닿자, 중전의 모든 분노는 이제 오직 왕, 그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남편의 가슴팍을 부여잡고 절규했다. “전하께서 저를 미치게 만드셨습니다! 저만을 사랑한다던 그 맹세는 다 어디로 갔나이까! 전하의 뜨거웠던 몸짓, 저를 탐하던 그 숨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나이까!” 그녀는 과거의 뜨거웠던 밤들을 무기 삼아, 그의 가슴을 후벼 팠다. 그녀의 절규는 더 이상 사랑의 호소가 아니었다. 배신당한 자의 저주이자, 파멸을 향해 돌진하는 광인의 외침이었다. 성종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 입 다물라! 그 모든 것은, 이제 그대 안의 광기 때문에 모두 재가 되어버렸소!" 그 순간, 중전의 눈에 왕의 뺨을 향해 날아가는 자신의 손이 보였다.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파국을 향한 마지막 몸짓이었다.
※ 용안에 남은 상처
이성을 잃은 중전 윤씨는 울부짖으며 성종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은 더 이상 국모의 부드러운 손이 아니었다. 질투와 증오로 날카롭게 발톱을 세운, 상처 입은 암컷의 손이었다. “전하! 어찌 제게 이리 잔인하십니까! 이리도 제 가슴에 대못을 박으셔야만 했습니까!” 그녀는 왕의 용포를 쥐어뜯고,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한때는 서로의 몸을 뜨겁게 탐하며 사랑을 속삭였던 두 사람이었다. 그녀의 손길은 그의 욕망을 일깨웠고, 그의 손길은 그녀의 쾌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몸짓에는 애정이 아닌, 서로를 향한 원망과 파괴적인 분노만이 가득했다. 성종은 그녀의 광기 어린 모습에 경악하며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이성을 차리시오, 중전! 여기가 어디라고 이리 망측한 행동을 하는 것이오!” 하지만 그의 외침은 오히려 그녀의 광기에 불을 붙일 뿐이었다. “망측하다 하셨습니까? 전하의 사랑을 잃고 빈껍데기만 남은 제 꼴보다 더 망측한 것이 있사옵니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발버둥 쳤다. 그 순간,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이 성종의 얼굴을 깊게 할퀴고 지나갔다. 쫙,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성종의 뺨에서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 시간은 그 순간 멈추었다. 방 안의 모든 공기가 얼어붙었다. 엄 숙의는 비명을 질렀고, 문밖의 상궁과 내관들은 감히 안을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사색이 되어 떨고 있었다. 왕의 얼굴, 즉 용안(龍顔)은 곧 하늘이자 나라의 권위 그 자체였다. 그 신성한 얼굴에 흠집을 낸다는 것은, 종묘사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역죄에 해당했다. 중전 윤씨 자신도, 자신이 저지른 일의 엄청난 무게를 깨닫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왕의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던 그녀의 눈빛이, 순식간에 공포와 절망으로 바뀌었다. 성종은 천천히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손끝에 묻어나는 뜨겁고 끈적한 피의 감촉. 그는 자신의 얼굴에 남은 상처보다, 자신의 마음과 왕으로서의 자존심에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사랑했던 여인에게, 한 나라의 국모에게, 자신의 얼굴을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과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의 눈빛에서 마지막 남은 연민마저 차갑게 식어갔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었다. "…중전의 지위를 박탈한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오늘부로, 그대는 더 이상 이 나라의 국모가 아니다. 당장 저 여인을 끌어내어, 사가에 유폐시키도록 하라!" 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금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중전 윤씨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끌고 가기 시작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전하! 소첩의 말을 들어주시옵소서! 전하!" 그녀의 애원과 절규는, 굳게 닫힌 왕의 마음의 문을 더 이상 열 수 없었다. 그녀가 끌려나간 방 안에는, 피 묻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왕과, 공포에 질려 흐느끼는 후궁만이 남아 있었다. 한때는 조선에서 가장 뜨거웠던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왕의 얼굴에 남은 흉터처럼, 결코 지울 수 없는 파국의 낙인을 찍고야 말았다.
※ 사약을 받다
중전의 자리에서 폐위되어 사가로 내쳐진 윤씨의 삶은,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화려했던 비단옷은 남루한 무명옷으로 바뀌었고, 수많은 궁인들의 시중을 받던 몸은 이제 차가운 방구석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물질적인 궁핍이 아니었다. 왕에게 버림받았다는 절망감과, 자신의 어리석은 질투가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는 뒤늦은 후회였다. 그녀는 밤마다 성종을 그리워했다. 자신을 뜨겁게 안아주던 그의 품, 다정하게 속삭이던 그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 세자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한편 궁궐에서는, 폐비 윤씨의 처분을 둘러싸고 조정이 시끄러웠다. 세자를 지지하는 신하들은, 세자의 생모인 폐비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간언했다. 하지만 성종의 어머니인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를 시기하던 후궁들은 이번 기회에 화근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왕을 압박했다. 성종은 매일 밤, 깊은 고뇌에 빠졌다. 그는 여전히 윤씨를 완전히 잊지 못했다. 그녀의 광기 어린 질투는 끔찍했지만, 그만큼 자신을 뜨겁게 사랑했던 그녀의 열정 또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텅 빈 중궁전을 바라보며, 그녀와 함께 했던 밤들을 떠올렸다. 그녀의 하얀 살결과 달콤한 신음, 그를 소유하려 했던 집요한 몸짓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애증이 뒤섞인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괴로웠다. 한 명의 사내로서의 마음과, 한 나라의 군주로서의 이성이 그의 내면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왕의 자리는 사사로운 감정을 용납하지 않았다. 폐비 윤씨의 존재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조정을 분열시키고 왕실의 권위를 위협하는 정치적 부담이었다. 마침내, 인수대비의 강력한 압박과 신하들의 거듭된 상소에, 성종은 피눈물을 머금고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그는 폐비 윤씨에게, 자진하라는 의미의 사약(死藥)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차가운 달빛이 내리던 그날 밤, 금부도사가 사약을 들고 폐비 윤씨의 사가에 도착했다. 윤씨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담담한 표정으로 교지를 받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몸을 정갈하게 씻고, 가장 아끼던 흰 소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의 앞에는, 검고 끈적한 액체가 담긴 사약 그릇이 놓여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그녀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었다. 그녀는 사약 그릇을 들고, 마지막으로 궁궐이 있는 북쪽 하늘을 향해 돌아섰다. 그녀의 입가에, 슬픔과 원망, 그리고 체념이 뒤섞인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전하… 부디, 옥체 강녕하시옵소서. 그리고… 우리의 아들, 우리 세자를… 부디…."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사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쓰디쓴 독이 그녀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그녀의 눈에는, 성종과 함께 했던 가장 뜨거웠던 첫날밤의 기억이 마지막으로 스쳐 지나갔다.
※ 피 묻은 적삼과 비극의 씨앗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고 죽었다는 소식이 궁궐에 전해진 날, 성종은 하루 종일 정무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침전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한때는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인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깊은 죄책감과 슬픔에 빠졌다. 정치적으로는 옳은 결정이었을지 몰라도, 한 사내로서 그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있었다. 그는 윤씨가 살았던, 이제는 주인을 잃고 텅 비어버린 중궁전을 홀로 찾았다. 방 안에는 여전히 그녀의 체취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듯했다. 그는 그녀가 쓰던 경대 앞에 앉아, 그녀가 남기고 간 작은 은장도를 손에 쥐었다. 그 손잡이에는 아직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그녀와의 첫 만남부터, 뜨거웠던 밤들, 그리고 파국으로 치달았던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웃음소리, 그녀의 눈물, 그녀의 광기 어린 질투, 그리고 자신을 향했던 파괴적인 사랑까지.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의 질투를 광기로 몰아간 것은, 어쩌면 그녀를 온전히 품어주지 못했던 자신의 어리석음과 왕이라는 자리의 비정함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그는 은장도를 가슴에 품고, 소리 없이 오열했다. 한편, 폐비 윤씨의 어머니 신씨는 딸의 시신을 부여잡고 통곡했다. 그녀는 딸의 시신을 거두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입고 있던 피 묻은 흰 적삼을 몰래 감추었다. 그것은 딸의 억울한 죽음을 증명하는 증거이자, 언젠가는 반드시 되갚아주어야 할 복수의 징표였다. 그녀는 피 묻은 적삼을 소중하게 접어, 상자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밤마다 그 상자를 열어보며, 자신의 외손자, 즉 아무것도 모른 채 궁궐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세자가 장성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녀는 세자의 가슴에, 어미의 피 묻은 한을 심어주리라 굳게 맹세했다. 시간은 흘러, 성종은 상처를 딛고 다시 성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궁궐은 평온을 되찾았고, 폐비 윤씨의 이름은 금기처럼 모두의 입에서 사라졌다. 어린 세자 역시, 자신의 생모가 누구인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 채 총명하고 늠름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 평온한 수면 아래에서, 훗날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끔찍한 피바람을 몰고 올 비극의 씨앗이, 조용히 움트고 있다는 사실을. 폐비 윤씨의 피 묻은 적삼은, 훗날 그녀의 아들 연산군의 광기를 깨우는 주문이 될 터였다. 성종과 윤씨의 파괴적인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만, 더 거대하고 잔혹한 비극의 서막을 열었을 뿐이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려 했던 한 여인의 질투는, 결국 자신과 왕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이처럼 한 중전의 격정적인 감정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한 야망으로 나라를 쥐고 흔들었던 또 다른 여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선 최강의 여걸, 문정왕후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명종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문정왕후가 어떻게 그녀의 야심가 동생 윤원형과 손을 잡고, 막후에서 조정을 완벽하게 장악했는지, 그 치밀하고도 무서운 권력의 역사를 들려드리겠습니다.